자화상으로 보는 화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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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삶이 가장 직접적으로 투영된 작품은 자화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화상은 곧 화가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어느 유명 화가의 말을 빌리자면, 늘 보는 거울이지만 자화상을 그리기 위해 거울 앞에 서면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 처음에는 자신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각도나 표정 등을 지어 보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거울 안에 서 있는 자신의 낯선 모습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자화상이란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서 화가로 하여금 붓을 들게 하는 그림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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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브레히트 뒤러  [ Albrecht Durer , 1471~1528 ]

 

서양 최초의 독립 자화상을 그린 뒤러는 제단화, 종교화, 초상화, 자화상, 판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방대한 작품을 남겼으며, 비례론과 원근법에 관한 저서를 출판했던 다재다능한 화가였다. 뒤러가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이유는 바로 자화상 때문이다. 중세에는 화가라는 신분이 석공이나 구두 만드는 사람들과 비슷한 수공업자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뒤러는 스스로 이름 없는 화공이길 거부하였고, 화가로서 남달랐던 자존감은 그가 남긴 자화상을 보면 알 수 있다. 뒤러는 이 작품을 통해 나는 예술가다 라고 세상을 향해 당당히 외쳤던 것이다.

 

 

 2. 렘브란트 하르먼스 반 레인 [Rembrandt Harmens van Rijn, 1606~1669 ]

 

네덜란드 최고의 초상화 전문 화가인 렘브란트는 평생 100여 점이 넘는 자화상을 그렸으며, 자기 성찰적인 자화상을 그린 화가로 많이 알려져 있다. 왜 그렇게도 많은 자화상을 그린 걸까? 렘브란트는 초상화를 그려 세속적인 부를 얻었지만, 반대로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괴로워했다. 이런 그를 위로했던 것이 자화상이었다. 그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자화상을 그렸다.

 

 

 3. 빈센트 반 고흐 [ Vincent Van Gogh, 1853~1890 ]

 

렘브란트 다음으로 자화상을 많이 그린 고흐는 10년 동안 자화상을 43점이나 그렸다고 한다.  자화상을 많이 그렸던 이유는 모델료가 없을 정도로 가난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자화상을 많이 그렸던 회화의 거장 렘브란트에게서 영향을 받기도 했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조형 언어로서 자화상을 그렸다고도 한다. 실제로 그는 인물화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자신 스스로를 인물 화가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며 견디기 힘든 고독과 고통을 이겨낼 힘을 자화상을 그리면서 얻었던 것 같다.

 

 

 4. 파블로 피카소 [ Pablo Picasso, 1881~1973 ]

 

피카소의 자화상은 20세기 최고 화가의 삶이 담겨있는 자서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의 변화무쌍한 자화상들을 보면 15세부터 90세까지 변화무쌍한 작품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그는 살아생전에 거의 50,000여 점의 작품을 생산했다. 이는 그가 연필을 잡았던 시기를 2세로 상정해서 90년 동안 작품을 생산해 내었다 하더라도 하루에 1.5개의 작품을 생산해 낸 것이다. 피카소는 그가 추구했던 끊임없는 변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 작품에서 표현했던 각기 다른 방식의 표현들은 내 작품세계의 진화가 아니다. 내 작품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발전은 없다. 내 작품들이 가진 다른 모습은 단지 다른 주제에 다른 표현 방법일 뿐이다."

 

 

 5. 에곤 쉴레 [ Egon Schiele, 1890~1918 ]

 

클림트의 수제자이며, 20세기 대표하는 표현주의 화가이다. 인체를 도발적이면서도 관능적으로 묘사한 강렬한 화풍이 특징이며, 자아도취 성향의 예술가로도 유명하다. 초기에는 구스타프 클림트와 빈 분리파의 영향을 받았으나 점차 죽음에 대한 공포와 내밀한 관능적 욕망, 인간의 실존을 둘러싼 고통스러운 투쟁에 관심을 기울이며, 의심과 불안에 싸인 인간의 육체를 왜곡되고 뒤틀린 형태로 거칠게 묘사했다. 쉴레의 자화상은 대부분 위에서 아래를 내려보는 시선으로 그려졌으며, 자기 우월성이 나타내는 특징으로 볼 수 있다.